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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빠질 수 없는 것! 국가! (2편)

작성자
스카이진
작성일
2022-11-17 22:23
조회
249


TV에서는 거의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국가(國歌)죠.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방송에서 텔레비전 방송시작, 종료 때에 애국가를 내보냅니다. 그 중 대부분이 KBS교향악단(정부가 지정한 표준 음원이기도 합니다.), 서울시교향악단(편곡: 박인영)이 연주한 애국가를 내보내죠. 그럼 우리나라 외의 국가들은 어떨까요? 이번에는 그 두번째 글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정열의 나라 스페인입니다. 스페인의 TV방송은 1956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때는 파시즘으로 악명높았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집권 시기로 명목상의 왕이 존재한 일당 독재정부였습니다. 스페인은 방송종료 때 국가를 연주했는데요. 1950년대 당시 자료는 없고 가까운 1973년도 자료에 있는데요. 마치 북한처럼 프랑코의 사진을 띄우고 스페인 국기와 프랑코의 여당인 통합 팔랑혜 당기, 버건디 십자가기가 함께 휘날렸죠. 초기에는 왕실 행진곡(당시명은 척탄병 행진곡), 오리아멘디 행진곡, 통합 팔랑혜의 당가 '카라 알 솔' 이 합주되었으나 이후 왕실 행진곡만 나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1978년 프랑코의 사망과 함께 왕정복고된 이후에는 후안 카를로스 1세와 왕실 가족이 나오는 국가가 송출되었습니다. 국가는 국왕의 담화(성탄절 정례담화나 1981년 쿠데타 당시 긴급담화 등) 때에도 연주되었습니다.


(참고: 스페인 국가에는 가사가 없습니다. 알폰소 13세 당시의 가사는 문제가 없지만 프랑코 시절 지어졌었던 스페인 국가의 가사에는 파시즘 독재정권의 잔재가 담겨있기 때문이죠. 2019년 5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3개국 디지털 기술 협력 회의에서 스페인 국가가 연주될때 합창단이 프랑코 정권 시절 가사로 불러서 소동이 일어났었습니다. 이 때 펠리페 6세 국왕은 표정이 점점 썩어가는 표정을 짓기도 했는데요. 원인은 이탈리아 측 행사 주최자의 실수로 스페인 외무부는 즉각 이탈리아에 강력히 항의했으며 이에 이탈리아 대통령 세르조 마타렐라가 직접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하네요.)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집권 시기에 나온 방송종료영상과 국가. 20초부터 나오는 전씨처럼 머리 벗겨진 자가 바로 프랑코인데 이 때는 말년이라 좀 노쇠해진 모습입니다.



1975년부터 송출된 것으로 보이는 스페인 국가. 프랑코의 사망과 함께 즉위한 후안 카를로스 1세 상왕과 소피아 상왕비의 모습, 그리고 수염이 매력적인 지금과는 다르게 젊었던 펠리페 6세 현 국왕의 모습도 보입니다.



1980년대부터 송출되었던 스페인 국가. 후안 카를로스 1세 상왕과 소피아 상왕비, 펠리페 6세 현 국왕 등 직계왕가의 공무를 보는 모습과 펠리페 현 국왕의 요트 타는 모습(참고로 펠리페 6세는 요트 선수이기도 했습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스페인 요트 팀의 일원이었으며, 개막식에서 스페인 선수단의 기수를 맡기도 했죠.) 등이 나오고 사고뭉치(?)* 엘레나 여공작과 크리스티나 공주의 모습도 보입니다.


* 엘레나 여공작은 스페인 귀족 출신인 하이메 데 마리차라와 결혼했으나 결국 스페인 왕실 사상 최초로 이혼하는 기록(?)을 남겼으며 크리스티나 공주의 부마 이나키 우르단가린은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아서 가뜩이나 아버지 후안 카를로스 1세의 온갖 실언 등으로 바닥을 기어가기 직전인 왕실의 지지도를 더 떨어트렸죠.


 


이어서 태국의 국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태국 국가는 방송시작/종료 때 송출되지 않습니다. 방송시작/종료 때는 왕실 찬가를 송출하고요. 국가는 오전 8시와 오후 6시가 되면 TV에도 나오고 거리에도 나오는데 이 때 태국 시민들은 마치 옛날 7~80년대의 우리나라처럼 가던 길을 멈추고 국가가 끝날때까지 기립하고 있고 차도 이 시간만 되면 길에 서서 국기를 주목했다고 합니다.


'태국은 태국인의 피를 모아 하나로 된 땅이라네. 태국의 국토는 모두 태국인의 것이라네.', '태국인은 평화를 사랑하지만 전쟁도 두렵지 않으리. 국가를 위해 우리는 모두를 희생하리. 조국의 영광이 있을지니, 만세!' - 태국 국가 중 일부



태국의 국가 영상 역시 방송사마다 다르다가 지금은 하나로 송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영상은 채널3(청쌈), 채널5, NBT, Thai PBS에서 송출되었던 표준 국가 영상입니다.



그리고 이 영상은 채널3(청쌈)에서 불기 2531년(서기 1987년)에 송출한 국가 영상입니다.


 


이어서 태국과 같은 인도차이나 쪽에 속한 베트남의 국가입니다. 베트남의 국가 '진군가(Tiến Quân Ca, 띠엔 꾸언 까)'는 응우옌 반 까오(Nguyễn Văn Cao , 1923 - 1995)가 1944년 작곡해 1945년부터 1976년까지 북베트남의 국가로 사용되었고 전후 베트남이 통일된 1976년부터 통일 베트남의 국가로 계승되었는데요. 국가이면서도 독특하게도 저작권이 등록되었기 때문에 위키백과에서 음원이 삭제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가 애국가도 안익태 작곡가의 유가족분들이 저작권을 2005년 3월 16일 대한민국 정부에 기증한 사례가 있습니다.)


 



베트남의 공영방송인 VTV에서 방송한 베트남 국가. 하노이 호치민 영묘 앞 게양대에서 베트남 인민군이 국기인 '금성홍기(Cờ đỏ sao vàng)'을 게양하고 군 장병들과 호찌민 소년 피오네르 단원들이 경례를 하는 모습, 시민들이 모여서 국기를 주목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다음은 그리스입니다. '자유의 찬가' 라는 이름을 가진 그리스의 국가는 1865년부터 군주정 시절의 국가 겸 왕실가 역할을 한 이후 공화정으로 변한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데요. 올림픽에서는 그리스가 초대 올림픽 개최지이자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이기 때문에 이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하계와 동계를 막론하고 모든 올림픽의 성화 채화식 및 개폐막식에서는 올림픽기 하기, 올림픽기 이양식, 차기 개최국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에 앞서서 항상 그리스 국기가 게양되고 그리스 국가가 연주되기도 합니다. 특이한 점은 키프로스에서도 '자유의 찬가'가 국가로 불리고 있고 키프로스 방송에서도 실제로 나온다는 점입니다.



그리스 공영방송 ERT(EPT)의 방송 재개* 때 나온 그리스 국가.


* ERT는 EIP가 설립된 1945년부터 명맥을 이어왔었지만 그리스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2013년 6월 11일, 그리스 정부가 민간상업방송보다 예산과 인력이 많은 주제에 시청률은 안 나온다는 이유로 ERT 해체를 선언했고 발표 당일 자정에 방송 숭출을 끊었습니다. 이후 직원들은 인터넷으로 방송을 이어갔고 그리스의 연정을 구성하던 좌파 정당인 범그리스 사회주의 운동과 민주좌파당이 연정에서 탈퇴하는 등 당시 그리스 정부는 거센 후폭풍을 맞았습니다. 어찌저찌해서 대체 공영방송인 NERIT가 설립되었지만 유럽방송연맹은 NERIT를 회원사로 인정하지 않고 이 사건을 최악의 검열 조치로 규정한 채 회원사 인공위성까지 지원하여 직원들의 인터넷 방송을 도왔습니다. 이후 2015년 1월에 ERT 부활을 공약한 급진좌파연합이 총선에서 승리했고, 같은 해 4월 28일 ERT 재개국 법안이 발의되어 5월 5일 통과되었으며 2015년 6월 11일 오전 6시를 기해 NERIT의 사명을 ERT로 교체하고 해직 직원들을 복직시키는 방식으로 ERT가 재개국했다고 합니다.



키프로스의 방송 MEGA의 국가 영상. 근데 정작 키프로스 국기는 속에 나오고 겉에는 그리스 국기로 뒤덮였습니다.


하지만 이래도 이상할게 없는 것이 키프로스 주민들 대부분이 그리스계이기도 하고, 키프로스 전쟁 이후 자신들이 그리스인이라는 정체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하네요. 애초에 키프로스 헌법에는 키프로스 국기와 함께 그리스 국기, 튀르키예 국기, 또는 그/튀 양국 국기를 같이 게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 이번에는 그리스와 정반대(?)인 튀르키예의 국가입니다. '독립 행진곡' 이라는 이름의 튀르키예 국가는 튀르키예와 미승인국인 북키프로스 튀르크 공화국에서 불리고 있는데요. 1921년 그리스의 침공으로 나라가 개쪽나기 직전에 작사/작곡된 곡으로 듣다 보면 진짜 비장한 느낌이 듭니다.


가사만 봐도 그렇습니다. '두려워 말라! 이 여명에서 펄럭이는 붉은 깃발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그 깃발은 꺼지지 않고 내 조국의 위에서 연기를 내는 맨 마지막 화덕이다. 그것은 반짝반짝 빛날 내 민족의 별이다. 그것은 나의 것, 그것은 오직 나의 민족의 것이다.'


반대로 상술한 그리스의 국가도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하려던 시기에 작곡되었기 때문에 만만찮게 살벌하다고 합니다. 튀르키예에서는 TV에서 방송이 시작되는 오전 6시와 방송이 끝나는 다음날 오전 12시 30분에 국가를 내보내는데요. 이제 그 비장함의 결정체를 들어보시죠.



가장 최근에 나온 튀르키예의 국가 영상입니다. 치열한 독립전투의 모습과 국부인 무스타파 케말, 현재의 튀르키예 국군의 모습을 오버랩시키면서 비장함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북키프로스에서 방송된 튀르키예의 국가 영상입니다. 이번에도 비장한 북키프로스군의 분열 모습과 국부 무스타파 케말, 마지막에 나부끼는 튀르키예와 북키프로스 국기의 모습은 압권입니다...


마지막으로 캐나다의 국가를 살펴보겠습니다. 캐나다는 영국 군주를 왕으로 섬기는 영연방 국가다 보니 O Canada와 함께 영국 국가를 같이 내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역시 이제 막 즉위한 찰스 3세는 없고 그 전에 최장기간 재위하신 엘리자베스 2세 선왕의 모습만 현존하는 자료로 알 수 있습니다.



1967년 캐나다 공영방송 CBC에서 제작한 캐나다의 국가. 이 때 당시면 선왕께서 즉위하신지 17년 정도되신 것 같습니다.



1986년 캐나다 민영방송인 CTV 네트워크에 있는 토론토 지역방송 CFTO의 캐나다 국가 및 왕실가 영상입니다.(3분 26초부터) 2차 세계대전 때 참전하신 군인 출신 왕족답게 영국 근위대 정복을 입으신 엘리자베스 2세 선왕께서 말에 오르시어 사열을 받으시는 모습인데요. 보시면 굉장히 불편한 자세로 승마하고 계시죠? 양쪽 등자에 모두 발을 얹고 안정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었던 남성들과는 달리, 귀족 여성들은 양쪽 등자에 모두 발을 얹고 앉아있는 것보다는 등자에 걸쳐앉는 식으로 승마를 해야 고상해 보인다는 이유로 저렇게 앉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물론 만으로 예순이 넘으신 1986년도까지는 저렇게 승마하신 채로 사열을 받았으나 다음해인 1987년부터 2022년까지는 평상복 차림에 마차를 타고 사열을 하셨습니다.


이렇게... 제가 그동안 보았던 인상깊은 세계 각 나라 TV 방송의 국가들을 살펴봤는데요. 그 외에도 여러 나라들의 국가가 많습니다. 유튜브에서 'National and State Anthems Channel'(링크 참조.)을 들어가보시면 다양한 나라의 국가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홍보 아닙니다.)


유튜브 National and State Anthems Channel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스카이진 / 자유오디오 방송인, 스포츠문화평론가



스포츠와 문화를 꿰뚫어본다고는 자부하지만 아직은 세발의 피인 자유오디오의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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