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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와문장
아시다시피 오늘날 한국어 문법, 맞춤법 체계는 언문학자 한힌샘 주시경 선생에 의해 그 기초가 정립됐습니다 지리학은 물론 국어 교습까지 함께 하느라 책을 보따리에 싸고 다닌다 해서 '주 보따리 선생'이라는 별명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이 주시경 선생은 국문학자로도 명망이 높은 분이지만 한글 표기법을 '풀어쓰기'로 개량해 보급하려는 새로운 시도를 한 어문학자로도 유명합니다 바로 이렇게 한글 초성과 중성, 종성을 풀어 늘여 쓰는 방식입니다 주시경 선생의 풀어쓰기 주장은 이후 주 선생의 학통을 이어받은 최현배 선생에까지 이어졌는데 최현배 선생은 풀어쓰기를 체계화하고, 이를 보편화하기 위해 한글의 자모 모양을 개량하는 단계에까지 나간 것이 특징입니다 바로 이렇게 말이지요 얼핏 봐서는 로마자나 키릴 문자와도 혼동될 것 같은 외양으로 개량된 것이 눈에 띕니다 (최현배 풀어쓰기로 적은 애국가 1절) 분명 우리말이고 한글인데 전혀 우리 글처럼 느껴지지 않죠? 그런데 당시 최현배 선생이 한글을 개량하면서까지 풀어쓰기를 주창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인쇄매체를 대량 생산, 유포하기에 지금의 모아쓰기는 번거로웠기 때문입니다 모아쓰기로 한글 활자를 만들면 약 1만 자에 가까운 글자틀을 만들어야 하는데, 매우 번거롭고 비효율적이며, 오탈자가 나기에도 쉬웠습니다. 더욱이 이는 한글을 범국민적으로 가르치고 국민교육을 확대해 문해율을 낮출 필요성이 있던 당대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지식 유통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되었던 거지요 위에 사진에서 올린 타자기도 같은 이유에서였는데, 당시 기술력으로는 초성, 중성, 종성을 모아 쓸 수 있는 타자기를 만들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일일이 수기나 식자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매우 비능률적이었습니다 반면 풀어쓰기를 하면 자모 24자 + 알파만 하면 되기에 활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었고, 타자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둘째로는 풀어쓰기가 한국어의 표음 체계를 잘 표시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가령 야인시대의 심영이 '내가 고자라니!" 라고 외치는 걸 역재생하면 "이 나라 奀까네!"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내가 고자라니를 풀어 쓰면 'ㄴㅐㄱㅏ ㄱㅗㅈㅏㄹㅏㄴㅣ"가 되고 이걸 역으로 읽으면 "이 나라 족악앤"이 돼서 이나라 奀까네와 비슷해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한글을 모아쓰기로 하면 네모짜기 모양에 맞춰지는데 한자도 마찬가지로 네모짜기 모양이어서 국한문혼용을 했을 때 이질감이 적게 들어 오히려 이것이 한자 사용을 부추기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풀어쓰기를 하면 한글의 네모짜기 모양이 무너지기 때문에 한자와의 혼용이 시각적으로 어려워지게 되고, 그에 따라 한자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물론 풀어쓰기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1949년 공병우 선생께서 한글 타자기를 개발하면서 무산되고 맙니다 지금 와서 보면 이상하게 느껴지겠지만, 당대로서는 지식을 보편화하고 한자 사용에서 탈피하며, 실용성을 추구하려는 목적에서 고안해 낸 최상의 개량이었다는 데 그 의의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아
이상해요 2022.07.16 추천 4 조회 83201
일본 신자체(新字体)에서는 팔 매(賣)를 売로 쓰죠이 売라는 약자가 어디에서 기원했는지를 알 수 있는 중국 전래의 속자가 있습니다송원이래속자보(宋元以来俗字譜)를 보면 통속소설 란에 賣의 약자로 위와 같은 글자가 나온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오늘날 売와 단 1획 차이가 나는 모습이지요이 과정에서 士 아래의 부수가 冗와 같은 모습으로 바뀌고, 이것이 다시 한 번 변화를 거쳐 아래의 几 부수가 儿 모양으로 바뀌면서 오늘날의 売가 된 것으로 유추할 수 있겠습니다읽을 독(讀)의 약자인 読도 위와 같은 축약 형식을이을 속(續)의 약자인 続도 이러한 간략화 방식을 그대로 채택한 바 있습니다모두 중국 고전에서 발견되는 글자들이지요한편 일본의 다자이 슌다이(太宰春台)라는 에도시대 한학자가 쓴 <왜해정와>(倭楷正訛)라는 책은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속약자 백 수십 가지를 정리해 나열해놓고 있는데그 글자들의 모양이 송원속자보에 나오는 것들과 꼭 들어맞습니다그 중 읽을 讀의 약자로 読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賣를 売로 적고 이를 다른 부수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은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제 한자가 아니라중국 고전에서 유래된 한자문화권 공통의 속자임을 알 수가 있겠습니다아한편 한일협정 반대시위 당시 민중이 든 항의 피켓에도賣가 売와 같은 글자로 적혀 있었는데자세히 보면 儿으로 쓸 부수를 几 모양으로 적음으로써売의 초기 자형에 보다 가까운 모습으로 간략자를 쓰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상해요 2022.07.06 추천 1 조회 82994
세상은 ‘아사리판’. 한 번도 ‘주인공’으로 살아본 적 없는 ‘건달’은 하는 일 없이 주변에서 ‘걸식’을 하며 살았다. 어느 날 ‘성당’처럼 지은 ‘교회’가 눈에 들어왔다. 유리창에 얼굴을 붙이고 안을 기웃거렸다. ‘육안’으로도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장로’를 중심으로 ‘신도’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탐욕’과 ‘아집’이 어떻게 ‘세계’를 ‘타락’의 ‘나락’에 빠뜨리는지를 다루고 있었다.현관문을 두드렸다. ‘집사’가 문을 열었다. 그는 다짜고짜 ‘곡차’를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집사는 ‘난처’해하면서 교회 앞 ‘식당’에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배고픈 ‘내색’은 하지 않고 ‘무심히’ 뒤를 따랐다. 집사가 말했다.“우리와 함께 ‘예배’를 드립시다. ‘지옥’의 길에서 빠져나와 ‘천당’에서 ‘천사’와 함께 살듯이 ‘현재’를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지나간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집착’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오로지 ‘현재’ 일어난 것들을 ‘관찰’해야 합니다.” 건달 왈, “나는 기독교 ‘교리’에 ‘문외한’이지만 ‘선생’의 ‘설교’는 마치 불교 말씀 같구려.” 집사는 웃으며 “모든 건 변하니까요”.건달은 ‘회심’하여 그 집사를 ‘선생’으로 삼아 ‘제자’가 되었다. 그 후로 ‘차별’ 없는 ‘공생’ 사회라는 ‘제목’으로 학위를 따고 ‘교수’가 되어 ‘성자’처럼 ‘학생’들을 가르치며 살았다.- 이상 따옴표 안에 있는 굵은 단어는 모두 '불교에서 유래된 어휘'들입니다
이상해요 2021.11.26 추천 0 조회 82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