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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진의 미디어 생각) 다시 ABS-CBN의 전파가 울려퍼지기를 기대해보며...

해외방송
작성자
스카이진
작성일
2024-03-18 00:26
조회
14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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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ABS-CBN Corporation Channel 2. In The Service of The Filipino.' (여기는 필리핀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ABS-CBN 주식회사 채널 2번입니다.)

다가오는 5월 5일, 필리핀 사람들은 이 날을 잊지 못하고 영원히 기억한다. 4년전 2020년 5월 5일, 필리핀 마닐라 케손시티에 본사를 둔 필리핀 최대의 민영방송인 ABS-CBN의 전파가 멎어진 날이다. 필리핀 최초, 아니. 아시아 최초이자 가장 많은 필리핀 사람들이 보는 민영방송이 1972년에 멈춰선 이후 필리핀 민주화와 함께 1986년에 방송을 재개한 지 34년만의 일이었다. 그럼 왜 ABS-CBN은 멈춰섰고 지금도 필리핀 사람들은 재개를 바라고 있을까.

우선 ABS-CBN이 걸어온 역사를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1946년 6월 13일, ABS-CBN은 볼리나오전자회사(BEC, Bolinao Electronics Corporation)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고 그 후 1953년 10월 23일 알토 방송(ABS, Alto Broadcasting System)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그리고 1956년 개국한 크로니클 방송(CBN, Chronicle Broadcasting Network)과 1967년에 합쳐지면서 지금의 ABS-CBN이 된 것이다. 참고로 합쳐지기 1년 전인 1966년에는 동남아시아 최초로 컬러TV 방송을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잘 돌아가는 줄 알았던 ABS-CBN은 1972년 처음으로 문을 닫게 되는 위기에 놓였다. 그건 바로 당시 대통령이었던 페르난디드 마르코스의 계엄령 때문이었다. 1972년에 발동한 마르코스의 계엄령으로 인해 필리핀은 한 때 아시아에서 언론가 자유로운 나라에서 아시아 언론 탄압의 한 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렇게 ABS-CBN의 빈자리는 자신의 최측근인 이른바 '마핵관'(마르코스 핵심 관계자)인 로베트로 베네딕토가 운영하는 마르코스 독재정권 하의 괴뢰 공영방송인 바나와우 방송(BBC, Banahaw Broadcasting Corporation, 채널명은 City2, 영국의 그 BBC하고는 다르다.)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하지만 1986년 우리나라의 4.19 혁명과 같은 에드사 혁명으로 마르코스는 4.19 혁명 당시 망명한 이승만처럼 하와이로 도망갔고 그 자리에 니노이 아키노의 부인 코라손 아키노가 대통령이 되면서 필리핀의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ABS-CBN도 다시 필리핀 시민 곁으로 돌아왔다.

그러다가 2020년, ABS-CBN은 두번째로 문을 닫게 되는 위기를 맞는다. 이번에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시 대통령 시대에 일어났는데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총과 무력으로 마약범들을 옥죄여온 두테르테 전 대통령. 그리고 이를 비판하는 ABS-CBN이 두테르테 입장에서는 무척 아니꼬운 모양이다. 필리핀의 방송 사업 허가와 갱신권은 의회가 가지고 있는데 친두테르테 세력이 이 해 5월 중간 선거에서 상원, 하원의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이는 ABS-CBN의 갱신이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결국 친두테르테 세력이 장악한 의회는 ABS-CBN에게 방송 사업 갱신 요청안을 통과시키지 않았고 결국 5월 5일 오후, ABS-CBN은 두번째로 지상파의 전파가 멎어지게 된다.

그럼 필리핀 사람들은 ABS-CBN의 재개를 바라고 있을까. 필리핀 내에서 ABS-CBN은 예능과 드라마 등에서 강세를 보인 방송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할 말은 하는 언론이었기 때문이다. 1986년 부활에 맞춰 첫방송한 이래 지금도 방송 중인 메인뉴스 TV 패트롤(TV Patrol)은 지금까지도 필리핀 사람들이 많이 시청하고 있는 '필리핀의 MBC 뉴스데스크' 의 위상을 갖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앵커를 맡고 있는 놀리 데카스트로(Noli de Castro) 전 부통령은 첫방송부터 현재까지 TV 패트롤 앵커를 맡고 있는 우리나라로 치면 엄기영 앵커급의 중견 기자다. 중간에 상원의원과 필리핀 부통령 등 정치 활동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적도 있었지만 놀리 데카스트로는 뼈있는 코멘트로 TV 패트롤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그리고 1967년부터 시작해 국제소식을 중심적으로 전하는 The World Tonight(더 월드 투나잇)도 ABS-CBN 보도 부문의 위상을 드러낸다. 그래서 매년 5월 5일이 되면 필리핀 사람들의 사회관계망에는 #ABSCBN #InTheServiceOfTheFilipino 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ABS-CBN을 그리워 하며 재개를 바라는 글이 올라온다. 심지어는 ABS-CBN의 삼색 로고를 리본으로 만들어 옷이나 가방 등에 달고 다닌다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 ABS-CBN NEWS 유튜브에서는 아주 친절하게 리본을 만드는 법도 올려져 있다.

ABS-CBN은 현재 TV 채널 2번과 라디오 DZMM AM 630, DWRR FM 101.9 등 본사 지상파 방송과 전국의 지역 지상파 방송이 중단된 이후 유선방송인 카파밀야 채널(Kapamilya Channel)로 기능이 넘어갔고 조에 방송(Zoe Broadcasting Network)과 제휴해서 만들어진 지상파 채널 A2Z가 있다. ABS-CBN의 중단 이후 채널 2번은 AMBS(Advanced Media Broadcasting System)라는 다른 기업에게 넘어갔다. 그리고 의회에서 야권 정당이 방송 재개를 위해 여러번에 걸쳐 방송 사업 갱신 요청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않았다.

ABS-CBN의 중단은 우리에게도 여러가지 교훈을 남긴다. 언론은 권력과 자본에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것. 언론의 본연의 임무는 비판과 감시하는 것이다. 사회의 파수꾼으로서 올바르고 건전한 가치관을 형성시키는 것이 언론이다. ABS-CBN은 그걸 그대로 지켰을 뿐이다. 근데 두테르테의 권력에 방송이 중단되었고 대통령이 두테르테에서 ABS-CBN의 천적 마르코스의 아들 봉봉 마르코스가 집권하면서 복귀할 기회는 더 멀어져 가고 있다. 이 것이 언론의 바람직한 모습인가. 하지만 그럴 때일 수록 우리는 연대하여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 마치 보수인 그들이 늘 말하는 '자유는 거저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말처럼 말이다. 

이제 곧 총선이 다가온다. 혼연일체(渾然一體)의 모습으로 우리의 바른 언론기관과 바른 언론의 본연의 모습을 지켜나갈 때다. 윤석렬 정권은 두테르테, 과거 마르코스와 똑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는 이대로 침묵할 것인가? 여기에 놀리 데카스트로(Noli de Castro) 앵커가 2020년 5월 5일에 했던 ABS-CBN 지상파 마지막 방송 TV 패트롤 때 했던 클로징 멘트로 답하며 마무리짓고자 한다.

"더 이상 우리 프랜차이즈가 아니어도 우리의 방송이 멈추어도 우리는 여러분들에게 민주주의와 자유 언론에 대한 공격에 침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중략) 우리는 여러분들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동포 여러분, 우리는 가족입니다. 우리는 전세계 어느 곳에 있든 필리핀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ABS-CBN입니다."

- 놀리 데카스트로, 2020년 5월 5일

스카이진 / 자유오디오 방송인, 스포츠문화평론가

스포츠와 문화를 꿰뚫어본다고는 자부하지만 아직은 세발의 피인 자유오디오의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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