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차 세계 대전이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인 1918년
러시아는 독일과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을 체결해
동유럽 국가의 독립을 약속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폴란드, 발트3国 등 러시아 영방 내 여러 국가들이
독립을 선언, 주권국가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고
민족자결의 원리에 따라 새로운 조국을 세우고자 했던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민중들도 이 조약에 고무돼
활발한 독립운동을 전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때 독일군의 지원을 받은 벨라루스 민족주의자들이
1918년 3월 25일
벨라루스 인민공화국의 건국을 선포하고 독립을 부르짖었습니다
그리고 3월 25일은 '자유의 날'이라는 이름의
독립기념일로 지정되었지요

문제는 벨라루스의 뒷배를 봐준 독일이 세계 대전에서 패망하고
1919년 1월, 러시아가 다시 벨라루스를 침공
벨라루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을 수립함으로써
벨라루스 인민공화국은 망명길에 올라야 했습니다

국기도 이 무렵 소련의 영향을 받아 붉게 바뀌었지요

그리고 세월이 흘러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벨라루스도 다시 독립공화국으로 재출발했고
그에 따라 백-적-백의 국기도 다시 회복하게 됐습니다
다만 원래의 3월 25일은 국경일로 되살아나지 못하고
대신 벨라루스 의회가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7월 27일이 새로운 독립기념일로 지정됐지요
이는 폴란드, 발트3国, 헝가리 等 동구권 국가들이
소련의 영향에서 벗어난 이후
공산化 되기 이전의 국경일을 다시 재채택한 것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이례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독립 이후 초대 벨라루스 대통령이자
현직 대통령(...)인 루카셴코가
국민투표로 개헌안을 밀어붙이면서
독립기념일을 7월 3일로 바꿔버리고 맙니다

이 7월 3일은 1944년 소련 붉은군대에 의해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가 해방된 날이었습니다
벨라루스 독립 이후에도 이날은 민스크 市民의 날로 남아 있었는데
이날을 국가적인 명절로 격상시키면서
루카셴코 본인의 친러 노선을 강화하는 기념일로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백-적-백의 국기도
소련 시절의 국기에서 낫과 망치만 빠진 깃발로
다시 환원되기에 이르렀지요 (...)

오늘날 벨라루스인들의 원래 독립일인 3월 25일은
루카셴코의 독재에 반대하는 민주파 세력에 의해 기념되고 있을 뿐인데
그마저도 독립과 건국의 기쁨을 노래하는 날이라기보다는
反독재, 민주화를 부르짖는 저항의 날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물론 해외에 거주중인 벨라루스 교민들은
퍼레이드라던가 종교 행사와 같은 의례를 통해
3월 25일을 기념하고 있습니다만...
폴란드의 11월 11일, 헝가리의 3월 15일 等 원래의 명절을 되찾은 여타 동구권 국가들과는 달리
벨라루스는 100년이 지나도록 원래 독립일을 회복하지 못하고 그 기념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비슷하게 우리도 1920년부터 임시정부에 의해 3.1절 경축행사가 시작됐지만
일제의 탄압으로 1946년에 가서야 공식적인 식전이 치러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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