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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알파벳처럼 모양이 바뀔 뻔한 이유?!
조회수57
2022-07-16 06:06

 

아시다시피 오늘날 한국어 문법, 맞춤법 체계는 언문학자 한힌샘 주시경 선생에 의해 그 기초가 정립됐습니다

 

지리학은 물론 국어 교습까지 함께 하느라 책을 보따리에 싸고 다닌다 해서 '주 보따리 선생'이라는 별명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이 주시경 선생은 국문학자로도 명망이 높은 분이지만

한글 표기법을 '풀어쓰기'로 개량해 보급하려는 새로운 시도를 한 어문학자로도 유명합니다

 

 

바로 이렇게

한글 초성과 중성, 종성을 풀어 늘여 쓰는 방식입니다

 

 

주시경 선생의 풀어쓰기 주장은 이후 주 선생의 학통을 이어받은 최현배 선생에까지 이어졌는데

 

최현배 선생은 풀어쓰기를 체계화하고, 이를 보편화하기 위해 한글의 자모 모양을 개량하는 단계에까지 나간 것이 특징입니다

 

 

바로 이렇게 말이지요

얼핏 봐서는 로마자나 키릴 문자와도 혼동될 것 같은 외양으로 개량된 것이 눈에 띕니다

 

 

(최현배 풀어쓰기로 적은 애국가 1절)

 

분명 우리말이고 한글인데 전혀 우리 글처럼 느껴지지 않죠?

 

그런데 당시 최현배 선생이 한글을 개량하면서까지 풀어쓰기를 주창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인쇄매체를 대량 생산, 유포하기에 지금의 모아쓰기는 번거로웠기 때문입니다

 

모아쓰기로 한글 활자를 만들면 약 1만 자에 가까운 글자틀을 만들어야 하는데, 매우 번거롭고 비효율적이며, 오탈자가 나기에도 쉬웠습니다.

 

더욱이 이는 한글을 범국민적으로 가르치고 국민교육을 확대해 문해율을 낮출 필요성이 있던 당대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지식 유통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되었던 거지요

 

위에 사진에서 올린 타자기도 같은 이유에서였는데, 당시 기술력으로는 초성, 중성, 종성을 모아 쓸 수 있는 타자기를 만들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일일이 수기나 식자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매우 비능률적이었습니다

 

반면 풀어쓰기를 하면 자모 24자 + 알파만 하면 되기에 활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었고, 타자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둘째로는 풀어쓰기가 한국어의 표음 체계를 잘 표시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가령 야인시대의 심영이 '내가 고자라니!" 라고 외치는 걸 역재생하면

 

"이 나라 奀까네!"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내가 고자라니를 풀어 쓰면 'ㄴㅐㄱㅏ ㄱㅗㅈㅏㄹㅏㄴㅣ"가 되고

이걸 역으로 읽으면

 

"이 나라 족악앤"이 돼서 이나라 奀까네와 비슷해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한글을 모아쓰기로 하면 네모짜기 모양에 맞춰지는데

한자도 마찬가지로 네모짜기 모양이어서

국한문혼용을 했을 때 이질감이 적게 들어 오히려 이것이 한자 사용을 부추기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풀어쓰기를 하면 한글의 네모짜기 모양이 무너지기 때문에

한자와의 혼용이 시각적으로 어려워지게 되고, 그에 따라 한자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물론 풀어쓰기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1949년 공병우 선생께서 한글 타자기를 개발하면서 무산되고 맙니다

 

지금 와서 보면 이상하게 느껴지겠지만, 당대로서는 지식을 보편화하고 한자 사용에서 탈피하며, 실용성을 추구하려는 목적에서 고안해 낸 최상의 개량이었다는 데 그 의의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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